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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예속'의 사례

경영/마케팅 2007.07.07 10:46 by 비트손

# '아이폰 출시에 감춰진 비밀' 포스팅에 대한 소고
지난번 너무 이슈의 핵심에 있는 IT기업을 소재로 삼아서였을까요? 제가 의도한 글의 논점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포스팅하고자 한것은 '애플'이라는 한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케팅적 차원에서의 기업들이 고수하고 있는 '소비자 예속'이라는 전략을  단지 '아이폰'이라는 예로 연결, 그 이해를 쉽게 돕고자함이 목적이었습니다. 애플사에 대한 지식이 박학하신분들의 다양한 저항에 땀을 좀 흘린 하루였습니다. 이제는 다시 본래의 방향을 잡고 제가 의도한 방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 소비자 예속 사례1 - 컴퓨터 자판[각주:1]
예고해드린대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몇가지 예를 통해 이해을 돕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키보드를 유심히 살펴본적이 있으신지요? 평소 왜 컴퓨터의 알파벳 배열은 A,B,C순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는 않으셨는지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컴퓨터 자판은 쿼티(QWERTY) 자판이라고 부릅니다. 이유는 자판기의 첫줄을 보면 쉽게 알수 있습니다. Q,W,E,R,T,Y순으로 배열되어 있는것이 보이실겁니다.

컴퓨터 자판은 원래 1870년 처음 출시한 한 타자기의 자판의 배열순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당시 타자기가 이와같은 배열을 하게 된데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타자기가'Type Writer'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는데 출시되던날  Type Writer라는 글짜를 신속하게 치는 모습을 소비자에게 보여주어 타자기의 우수한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서 일부러 첫줄에 그알파벳들을 모두 집어 넣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그당시는 기술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탓에 타자기의 잉크가 쉽게 종이에 엉겨붙어 번졌다고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종이를 말려주는 타이밍이 필요했는데 이와 같은 의도가 타자기의 알파벳 배열을 어렵게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천천히 알파벳을 찾으면서 타자를 치게 되면 그사이 잉크가 마를것이란 계산이 숨어있었던 것이죠.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진보하면서 타자기의 잉크말려주는 기술도 함께 진보했습니다. 그결과 1932년 쿼터 타자기를 대신할 획기적인 자판배열가진 드보락 타자기(A,O,E,U,I,D,H,T,N,S 순서의 배열)가 시판됩니다.쿼터 자판기에 비해 확실히 효율적인 자판의 배열을 가진 타자기임에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쿼터타자기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유저들은 드보락타자기를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기술의 진보로 개발되어 월등히 우수한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자판배열의 학습에 대한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구입을 꺼려했던것입니다. 결국 드보락 타자기는 점점사라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쿼티 자판을 전세계가 사용하고 있는것입니다.

# 소비자 예속 사례2 - 휴대전화의 문자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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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한겨레 신문

우리나라 경우를 예로 하나 들어볼까요? 휴대전화 다들 하나씩 혹은 여러개 가지고 계시죠? 어느 제조회사의 휴대전화를 선호하고 계신가요? 삼성 아니면 LG. 아니면 SK?
제가 이렇게 여쭤보는 이유는 제조사에 따라서 각기 다른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휴대전화의 문자 배열입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천지인’ 방식으로, LG전자는 언어과학이 개발한 ‘나랏글’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팬택계열(한글사랑)이나 SK텔레텍(SKY1, 2) 등도 별도의 입력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각주:2]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내 무선인터넷 표준화 포럼’에서 이처럼 각기 다른 방식에 대한 표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업들이 자사들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굳이 업계표준을 정해 이미 자사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냐는 그들만의 회의 때문입니다.

소비자들 또한 자신이 애용하던 문자배열의 휴대전화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웬만큼의 성능차이나 디자인이 차별화된 제품이 출시되지 않고서는 좀처럼 휴대전화제조사를 바꿀 유인이 작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또한 휴대전화 제조사가 바라는 궁극의 목적과 부합하기도 하는것입니다.

# 소비자예속 사례3 - 엘지텔레콤 17마일리지 서비스
이번엔 휴대전화 제조사가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이야기를 좀해볼까요? 또한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예속'의 예가 되겠네요.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환경은 3사가 제한된 몫을 나누어 먹는 과점시장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2004년에 시행된 번호 이동성 제도로 인해 제한적 완전경쟁의 형태를 띠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자사 이동통신사의 고객이 내일 경쟁이동통신사의 고객으로 전환될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이동통신 3사는 치열한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유리한 입장에서 통신사들이 제시하는 서비스를 꼼꼼히 따지고 선택의 폭을 넓힐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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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측면에서는 과다경쟁으로 인해 엄청난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셈입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추가적인 고객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고객을 붙잡아 두고 얽어매기 위한 전략들중 최근 눈에 띄는 것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LG텔레콤의 17마일리지입니다.

일정금액이상의 휴대전화 사용금액의 일부를 항공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는 내용의 서비스입니다. LG텔레콤 이용자라면 누구나가 일정금액이상을 사용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제도를 통해 LG텔레콤은 신규번호이동고객은 유치하면서도 기존의 고객들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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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G텔레콤 홈페이지

본래 '마일리지' 개념 자체도 엄청난 소비자 예속의 예입니다. A항공의 마일리지 98,000마일을 가지고 있는 김부장이 미국출장을 위해 비행기표를 예매하려고 한다고 가정합니다. A항공사는 140만원 B항공사는 136만원에 티켓을 구입할수 있다고 합니다. 이럴때 김부장이 현명하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A항공사와 B항공사의 가격차이 4만원을 뛰어넘는 수준의 누적마일리지 혜택을 위해서라도 김부장은 A항공사를 이용함에 주저하지 않을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를 얽어매는 마일리지의 힘입니다.

# 소비자 예속에 대한 개인적 견해
지금까지 3가지 정도의 소비자 예속의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밖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하리라 믿습니다. 이 3가지 사례들을 통해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시나요? 기업들의 '숨겨진 의도'가 느껴져 부정적인 느낌이 드나요? 아니면 3번째 경우처럼 기업간 경쟁체제에서 서비스개선이나 편익증가라는 긍정적 현상들에 주목하고 계신가요? 제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유는 저번 포스팅에서 애플사의 '소비자 예속'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에 있어서 많은분들이 부정적인 측면만을 앞세워 애플의 사례가 '소비자 예속'으로만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들을 피력해 주셨습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소비자 예속'은 기업의 마케팅적인 수단의 일부분일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 '유익하다' '유해하다'라는 판단은 결국 소비자의 몫인것입니다.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은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경쟁에 임하는 기업의 소비자 선점 욕구를 대변해 주는 것입니다. 항상 모든 선택과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기업이 이를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그처럼 애쓰는 것도 '이익 극대화'라는 그들의 기본적인 생리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연구합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자신의 영역권안에 묶어둘지를 말이죠. 지금 이순간에도 소비자 선점에 대한 방법을 짜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 소비자의 몫은 이를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번째 컴퓨터 자판의 사례에서처럼 자칫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올수 있는 기회를  우리 자신의 오랜 습관이나 습성으로 인해 날려버리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다음 포스팅 예고 : 게임이론(Game Theory)중 치킨게임(겁쟁이 게임)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의 승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 게임의 기술 [김영세] 中 사례 참고 [본문으로]
  2. 한겨레 기사 - '휴대폰 한글입력 그때그때 달라요'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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